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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날아가지 않는 이유
기사입력 2020-05-27 06:00:2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내가 좋아했던 남자들은 대부분 안전화를 신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무채색의 작업복에 둔탁한 안전화를 신고 일터로 향하는 사내들이 내 눈엔 멋있어 보였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는 나와는 반대로 땀 흘리며 노동하는 그들에게서 역동적인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다.

 언젠가, 항공모함 같은 안전화에 발을 집어넣어 본 적이 있다. 땅이 꺼지는 듯 발이 훅 들어갔고 발가락도 발등도 닿는 곳이 없었다. 두 발을 다 집어넣고 몇 발 내디뎌 보았다. 지구를 들어 올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엄청난 무게를 버티며 온종일 노동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쿵쿵. 쉴 새 없이 지구를 들었다가 놓으며 밥벌이하는 그들의 무게가 온몸에 전해졌다.

 늘 맨발인 나는 구새 먹은 나무처럼 가볍다. 때론 너무 가볍게 사는 것 같아서 밥 먹는 게 겁이 나기도 했고 그런 날에는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발 대신 엉덩이가 무거워졌다. 엉덩이로 가끔 지구를 들어 올리며 살아간다. 글을 쓸 수 있는, 중력을 버틸 수 있는 엉덩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누군가는 손으로, 누군가는 입으로, 누군가는 머리로 각각의 무게를 버티며 살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하염없이 가벼워도 날아가지 않는 이유는 밥벌이라는 무게 때문이 아닐까. 밥벌이가 사라지면 사람은 너무 가벼워져서 공중에 떠야 하거나 지구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게 그렇게 두려운 일이라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열심히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살아간다.

 이따금 출퇴근 시간에 외출하면 안전화를 신은 사내들을 한꺼번에 만나곤 한다. 안전화는 아스팔트를 찍고 내 눈은 고단한 삶을 찍는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온 날에는 엉덩이가 평소보다 무거워진다. 맨발인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오늘 하루 밥벌이를 하지 못하면 혹여 날아갈까 봐 열심히 글을 쓰게 된다. 내 엉덩이도 누군가의 수단도 든든해져서 부디 아무도 공중에 뜨거나 날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은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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