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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아름다운 때
기사입력 2020-05-28 06:00:2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창포꽃이 피었네, 창포꽃이. 자전거를 타러 가겠다고 현관 밖으로 나갔던 사람이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들어오며 소리를 질러요. 아니, 뭔 말이야, 꽃 핀 지가 언젠데. 놀라 이번엔 내가 소리를 질렀더니 아닌데, 핀 거 못 봤는데, 하며 고개를 갸웃거려요. 급기야 며칠 전 찍어 둔 사진을 찾아 보여주니 무안한 표정을 짓네요.

 드나들며 마당에 있는 꽃창포가 피는 걸 보지 못했다면 그동안 무심했거나 신경 쓸 다른 무엇이 있었을 테지요. 날마다 물까지 주면서 몰랐다니. 아하, 그러고 보니 며칠 비가 왔군요. 물 줄 일도 없었겠어요. 우산을 쓰고 들락거렸을 테고 당연히 담벼락 아래 군락을 이룬 꽃창포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겠지요. 아직 필 때가 아니란 생각을 은연중에 했을지도 몰라요.

 언젠가 늘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어떤 집을, 그곳에 걸린 예쁜 간판을, 뒤늦게야 발견한 적이 있어요.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이것저것 물어대니 낯선 주인장은 이미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몇 년이 되었다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라고요. 민망해진 나는 오늘에서야 저와 인연이 닿았나 봐요, 뭐 어쩌구 하다 돌아왔지요.

 일전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갔어요. 나이 들어가는 아들이 짝을 찾지 못한다는 걱정을 많이 들었던 터라 어떻게 갑자기 혼사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했어요. 그때 누가 그러더라고요. 오래전부터 한 직장에 다니던 동료인데 어느 날 연인이 되어 혼인에 이르게 되었다고요. 곁에 있는 인연을 늦게라도 알아봤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나는 사소한 관계에도 인연이란 말을 좋아해요. 사람뿐만 아니라 집이나 작은 물건, 풀꽃마저 인연이 닿아야 곁으로 온다고요. 오래 전, 지금은 없는 사람의 뒤뜰에서 다른 고을 농장의 연못가로 옮겨갔다가 먼 내 마당에 뿌리를 내린 노랑꽃창포처럼 인연은 시간과 공간을 돌아 언제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그 아름다운 때를 놓치지 말아요, 우리.

권애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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