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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신세 된 신기술…특수공법이 일반공법 둔갑
기사입력 2020-06-15 05:00:1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단기간 공사 필요한 학교 내진보강

까다로운 심의절차 탓에 변칙 적용

경직된 행정편의주의에 ‘혁신 뒷전’

 

 

#A시 교육청은 B초등학교의 내진보강 공법 선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여름방학 때 내진보강을 끝내려면 단기간에 공사가 가능한 C사의 특허공법을 쓰고 싶지만 까다로운 공법심의위원회 절차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결국 해당 공법을 일반공법으로 둔갑시켜 일사천리로 착공 준비를 마쳤다. 내진보강 전문기업인 D사 대표는 “정부가 아무리 신기술 장려해봤자, 일선 현장에선 행정편의주의에 번번히 막힌다”며 “신기술을 신기술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라고 토로했다.

 

전국 학교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신기술ㆍ특허 등 특정공법(특수공법)이 외면받고 있다. 일선 교육청의 행정편의주와 경직된 공법심의 절차에 막혀 기술 혁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제>가 국가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학교시설물 내진보강 공사 총 279건 가운데 특수공법이 적용된 공사는 74건(26.5%)에 그쳤다. 40% 안팎인 전체 내진보강공사의 특수공법 적용률을 훨씬 밑돈다. 업계에선 “학교 내진보강시장은 특수공법의 무덤”이라며 “시간과 비용, 시공성을 대폭 개선한 특정공법보다 이미 보편화된 일반공법이 우대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2017년 감사원이 학교시설 내진보강공사에 쓰인 ‘댐퍼’ 일부가 부실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본격화됐다. 교육부가 특수공법 적용절차를 까다롭게 바꿨고, 일선 교육청의 일반공법 편애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특수공법이란 사실을 숨긴 채 일반공법으로 둔갑시키는 각종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내진보강 공법심의위원회에도 이에 관한 제보가 접수돼 자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내진보강 전문기업인 E사의 대표는 “이중삼중의 철벽 심의를 뚫어야 하는 특수공법과 달리 일반공법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운영하는 공법심의는 심의대상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11건이 심의대상에 올랐고, 그 중 3건(조건부 1건 포함)만 통과했다. 심의를 신청한 14건 중 8건을 자체 반려한 달도 있었다. D사 대표는 “성능입증 절차 등에 꼬박 1년 걸려서 공제회 심의에 올라가도 황당한 이유로 심의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교육청으로선 특수공법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주ㆍ포항지진을 계기로 교육부는 연간 1700억원을 들여 오는 2029년까지 학교시설 내진보강사업을 끝낸다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학교 특성상 내진보강은 방학 때만 가능하기에 관련 예산의 약 70%가 상반기에 집중된다. 김상식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학교 내진보강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속도전이 아니라 기술경쟁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내진보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증하는데 초 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나지운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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