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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커스] 특수공법 외면하는 교육청…왜?
기사입력 2020-06-15 05: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나치게 엄격한 ‘심의시스템’이 원인…탈락땐 수개월 허비

 

지방 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내진보강에 특수공법을 적용하고 싶어도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특수공법에 지나치게 엄격하고 일반공법에는 관대한 심의 시스템 탓이다.

교육청이 학교시설물 내진보강공사에 특수공법을 쓰려면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운영하는 내진공법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 위원회는 특수공법을 적용한 내진보강설계 중 성능입증 및 검증보고서를 보유한 공법에 한해 심의한다. 실물실험을 통한 구조실험이라는 성능 입증절차에 상당한 시간ㆍ비용을 쏟은 기업들은 내진공법심의라는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발주처인 교육청 입장에서도 특수공법 채택은 일종의 모험이다. 대체로 특수공법은 공기단축, 성능개선 효과가 우수하지만 공법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 해 배정된 예산을 쓰지 못하면 전액 반납해야 하는 예산운영 시스템 탓에 교육청의 최대 관심사는 일사불란한 행정 처리다. 반면, 특수공법 심의절차는 원활한 행정 처리를 가로막는 위험요소투성이다.

교육청은 학교 내진보강공사 시기로 여름방학을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기간이 긴 겨울방학이 공사하기에 제격이지만 예산 회기가 바뀌기 때문에 꺼린다. 공법심의는 대체로 월말에 접수해 다음달 말에 처리한다. 5월 말에 설계를 끝낸 현장의 경우 6월 초에 심의를 신청하면 실제 심의가 7월 말에 이뤄진다. 설계에서 심의까지 2개월을 허비하는 셈이다.

심의를 신청한다고 모두 최종 심의 대상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는 사전 검토단계(1단계)에서 반려된다. 검증받은 기술과 설계내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내진보강 전문기업 F사 대표는 “예산과 현장 여건에 공법을 최적화한 것인데 기계적으로 사전검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여기서 대부분이 탈락한다. 2단계는 사전검토 의견. 여기서도 사전검토 의견을 전달받은 기업들이 심의를 자진 취소한다. E사 대표는 “사전검토 의견만 봐도 심의통과 가능성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심의장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3단계는 본심의. 역시 통과율이 낮다. D사 대표는 “특수공법으로 설계된 내용이 적합한지를 검토해야 하는데 정작 일반공법에 대한 재검토에 시간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해당 공법은 제쳐두고 심의대상도 아닌 공법에 대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돌고돌아 ‘특수공법 적용은 무리다’라는 식으로 결론내린다”고 비판했다.

교육청으로선 어렵게 결정한 특수공법이 심의 과정이나 최종 단계에서 탈락하면 수개월을 허비하게 된다. 특수공법 설계안이 공법심의에서 거부되면 다시 일반공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특수공법을 적용했다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고, 공법심의에서 떨어지면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굳이 모험 대신 일반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일반공법은 제3자 전문가 검토 서류만 첨부하면 별도 심의 없이 추진할 수 있다.

교육청이 나서서 특수공법을 일반공법으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다. E사 대표는 “공법심의에 올렸다가 1, 2단계에서 중도하차한 특수공법을 일반공법으로 포장해 진행하는 사례를 봤다”고 말했다. 특수공법 심의대상을 선정하는 잣대가 너무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D사 대표는 “교육청 담당자에 따라 같은 공법이 때론 특수로, 때론 일반으로 분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진보강 주요공법 가운데 댐퍼 방식은 100% 특수공법으로 분류되는 반면 철근콘크리트 전단벽체나 철골(H형강) 브레이스로 내진보강을 하는 공법은 일반과 특수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기술력보다 영업력이 공법 채택을 좌우하는 관행을 만들고 있다.

내진보강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특수공법으로 분류되는 순간 설계반영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특수공법을 일반공법으로 영업하고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사 대표는 “창립 이후 20년간 해마다 신기술(특허) 하나씩은 개발해왔지만 학교 내진보강시장은 포기했다”며 “신기술을 장려해야 할 교육부가 되레 기술개발을 막고 있는 부조리한 시스템을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형·나지운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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