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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구조 감독할 감리제도 사실상 공백…“구조기술사 현장 상주 필요”
기사입력 2020-06-29 05:00:1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기획]삼풍백화점 붕괴 25주기…대한민국은 안전합니까 <안전 흔드는 제도적 결함>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닮은꼴 사고를 예방하려면 건설현장에 과연 누가 있어야 할까. 이 문제는 삼풍 사고 이후 안전 전문가들의 최대 화두였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정부가 내건 카드는 ‘감시 강화’다. 공공공사 현장에는 책임감리제를 의무 도입했고, 민간현장도 상주 감리 적용대상을 꾸준히 넓혀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건설안전 혁신방안’에서도 민간공사의 현장 상주감리 대상을 현행 ‘5개층 이상, 바닥면적 합계 3000㎡ 이상’에서 ‘2개층 이상, 2000㎡ 이상’ 건축물로 대폭 확대했다. 감리자격도 엄격히 했다. 부실벌점이나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상 허가권자가 지정하는 감리대상에서 빼도록 한 것이다. 최근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후속조치인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에선 위험작업에 대한 현장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며 안전 전담감리를 도입했다. 안전 전담감리는 모든 공공공사와 상주감리 대상 민간공사에 의무 배치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시 강화의 핵심 포인트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관한 전문가를 실질적인 전문가로 활용하지 않는다”며 “개선 목소리만 높을 뿐 실제 현장에선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건물의 뼈대를 갖추는 구조설계와 구조감리에 대한 규정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이다. 특히 설계와 유지관리 분야에서 제한적으로나마 건축구조기술사의 참여가 명시된 데 비해 시공단계에선 ‘설계자, 공사 감리자가 안전상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 건축사법, 건설기술진흥법, 주택법 등에선 다양한 감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크게 공사감리, 책임감리, 시공감리, 검측감리 등 4종류다. 문제는 건물의 구조적 안전을 감독할 감리제도가 사실상 공백상태라는 점이다. 물론 구조검토서에는 구조기술사의 날인이 들어간다. 하지만 현장에 없는 비상주 구조기술사의 도장은 서류상으론 완벽해보이지만 건물 골조의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구조 지식이 부족한 대부분의 감리자들도 내용의 적정성보다는 ‘도장’에 집중한다. 안전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 싱가포르에서 구조 전문가가 구조설계 도서를 감리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골조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구조전문가가 현장에 상주해 감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창호ㆍ미장ㆍ수장ㆍ단열 등 건축과 설비, 전기, 토목 공사에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현장에 관여하는데 비해 뼈대인 골조공사 현장에 구조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건물을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소화기 계통은 기계 설비, 혈관ㆍ신경 계통은 전기ㆍ통신 분야에 해당된다. 피부조직은 미장ㆍ수장공사 등 인테리어 분야이고, 의상과 목걸이, 팔찌 등은 조경공사와 외장공사 등 익스테리어 분야다. 뼈대 및 근육은 건축구조 분야에 해당된다. 김상식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뼈 다친 환자는 정형외과에 가야 제대로 치료를 받는다. 현행 감리제도는 이 환자를 산부인과, 치과, 신경외과, 정신과에 보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건축물 안전을 위해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의무화한 초고층, 특수구조, 필로티 건축물의 경우에도 구조전문가들은 현장에 없다. 이런 건축물은 일반 건물과 달리 구조체의 하자가 건물 전체의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초고층 건물을 시공한 저력을 갖춘 나라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후진적인 감리제도를 두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김지상 건축구조기술사(한구조엔지니어링 대표)는 “초고층건물, 특수구조물처럼 다양한 시공공법과 구조검토가 필요한 프로젝트에서는 구조기술사가 직접 상주하거나 최소한 구조기술사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는 구조적인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 보조원이 상주해야 한다”며 “상주 감리자와 비상주 감리자의 역할은 하늘과 땅 차이처럼 크다”고 지적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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