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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간 교육만으로 자격 부여…전문성 의문
기사입력 2020-06-29 05: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기획]삼풍백화점 붕괴 25주기…대한민국은 안전합니까 <건물 해체 때도 중요한 ‘안전’>

 

 

건축물을 올리는 것(신축)만큼이나 허무는 것(해체)도 어렵다. 건물의 층수를 더 높이거나 고쳐 쓰기 위한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고는 골조, 즉 구조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7월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이 철거 도중 무너져 인접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덮쳤다. 사고 차량에는 결혼 반지를 찾으러 나온 예비 부부도 있었다. 두 사람은 건물 잔해에 4시간가량 갇혀 있었다. 결국 20대 예비 신부는 숨졌고, 예비 신랑은 중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건축물 철거 기준을 전면적으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철거 대상 범위에 드는 3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은 전체 건축물(719만동)의 37%에 달한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건축물 철거 작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공사현장에 감리자를 상주시켜야 한다.

 하지만 구조안전 전문가들은 해체 허가 대상 건축물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철거에 따른 구조 안전성 검토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철거에 따른 구조 안전성 검토를 누가 할 것인지도 논란이다. 건축물 해체 허가는 해체 계획서를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철거에 따른 구조 안전성 검토서가 첨부돼야 한다. 건축물관리법은 구조 안전성 검토기관으로 건축사사무소와 기술사사무소,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구조 안전성 검토에는 철거장비 하중과 적재 잔해물 중량에 따른 건축물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담겨야 한다. 철거 건축물의 대부분이 구조도면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철근 배근 조사, 콘크리트 강도조사 등 현장조사가 필수다.

 건물 해체 현장의 공사 감리자는 기존 건축공사 감리자가 16시간의 의무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하다. 감리분야에 새 일거리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16시간 교육으로 구조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건축물 해체 현장에 투입된 감리자는 반드시 구조 관련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시공자를 지도ㆍ감독할 수 있는 구조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건물 해체나 리모델링 공사 현장의 사고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공사 전 기존 건물에 대한 구조검토를 하지 않았다. 둘째, 기존 건물 연결부의 철근 등이 부족해 하부 기둥에 대한 보강이 필요했지만 하지 않았다. 셋째, 기존 건물의 시공 상태 불량으로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였지만 무시했다. 넷째, 철거 작업계획서대로 공사하지 않았다.

 실제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는 잭서포트(지지대)를 철거 작업계획서대로 충분히 설치하지 않았고, 철거 순서도 무시했으며 폐기물도 즉시 반출하지 않아 건물의 하중을 키웠다. 구조 전문가들은 건축물의 건물 노후화가 심각하면 사전에 안전성 평가를 받고, 다양한 구조 보강 작업과 해체 시 충격력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 부회장은 “무엇보다 해체ㆍ리모델링 공사 현장에는 구조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며 “구조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없다보니 말로만 안전을 외칠 뿐 정작 안전한지, 불안한지 판단을 못해 똑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식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더이상 해체 현장에 구조검토서의 내용이 아닌 도장만 확인하는 감리자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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