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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② 대출 부문] 실수요자까지 ‘일괄규제’는 불합리…애꿎은 서민만 운다
기사입력 2020-07-21 06:00:2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1. “저는 6ㆍ17규제 이전 법에 명시된 대로 집을 사고 계획하여 열심히 대출금 갚으며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가장이었습니다. 그러나 6ㆍ17규제로 하루아침에 투기꾼에 범법자가 되었고 열심히 아끼며 모은 돈으로 청약당첨된 아파트 계약금은 건설사의 돈이 되게 생겼습니다. 저한테는 피 같은 돈입니다. 계약금 날리고, 중도금 대출 안 돼서 집도 날리고, 이렇게 다 뺏어야 속이 후련하신가요?” (서울 왕복 출퇴근 3시간 경기남부 거주자)

 

 #2. “3년이란 기간 동안 돈을 열심히 모으고, 담보대출을 받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비과세로 매도하여 이사를 하려고 자금계획을 세웠으나 갑작스런 규제로 1년 이내에 기존 집을 처분하고 전입하지 않으면 비과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 부당합니다. 저는 돈이 모자라서 1년 이내에 이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 (팔리지 않는 빌라 보유 다주택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규제 관련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6ㆍ17대책 발표 후 20일 오전까지 한 달여간 108건에 이른다. 대부분의 글은 갑작스런 규제로 자금계획이 틀어져 소급적용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다. 새로운 규제대로라면 아파트 매입을 포기할 뿐 아니라 그동안 투입된 자금 일부까지 날릴 처지에 있다는 호소다.

 

 △붕괴된 주거 사다리

 정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6ㆍ17대책은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이에 따른 대출규제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인데, 실수요자나 무주택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규제 적용으로 서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이후 7ㆍ10대책에서 규제지역 지정ㆍ변경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된 사업장의 무주택자 및 처분조건부 1주택자 잔금대출에 대해 규제지역 지정ㆍ변경 전 대출규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8일 ‘6ㆍ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300여명은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는 선량한 시민을 하루아침에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 범죄자로 만드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인터넷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총선소급 민주당아웃’이라는 실검 챌린지가 진행 중에 있다.

 서민들은 이번 정책으로 주거 사다리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6ㆍ17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을 종전 44곳에서 69곳으로, 투기과열지구는 종전 31곳에서 48곳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권으로 편입됐다.

 비규제지역에서 최대 70%까지 가능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 투기과열지구는 40%로 줄어든다.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이보다 더 강화돼 30%, 20%로 준다. 이에 해당된 사람들은 갑자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추가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전입의무도 종전 1∼2년에서 규제지역에 상관없이 6개월로 강화됨에 따라 기존 주택 처분 및 추가 비용 조달기간은 상당히 짧아졌다. 안 그래도 빠듯한 자금계획에서 단기간에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은 즉시 회수하도록 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임을 고려하면 서민들은 서울 진입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식이다.

 

 △갭투자 근절 취지는 공감…그러나 실수요자는 구분해야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책 발표 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일괄 규제가 아닌, 선택적 규제를 해야 했었다고 지적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는다는 취지는 공감하나, 그것은 투기수요로 분류되는 다주택자에 해당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주택자가 집을 매입하고 1주택자가 집을 늘려가는 수요까지 일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으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일괄적인 대출규제는 서민들에게 치명타다. 대출규제를 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은 구제해야 한다. 모기지론은 내집 마련을 도와주는 제도다. 제도 취지를 고려해 무주택자에게 한도를 높이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0∼50대를 위한 정책적 배려도 언급했다. 고 교수는 “7ㆍ10대책에는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대한 정책만 담겼는데, 이는 그동안 돈이 없어 집을 구하지 못한 40∼50대에는 역차별에 해당한다. 40∼50대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실수요자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 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치를 위한 정책을 하는 것 같다. 정부는 생애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만 우대하고 있는데, 집이 없는 무주택자는 모두 실수요자”라면서 “이들이 집을 살 수 있게 대출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 원리금 상환 능력이 되면 실수요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게 맞다. 대신 3∼5년 못 팔게 하는 식의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서민의 생활이 팍팍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결과에서 LTV 등을 쪼이면 서민들이 가장 먼저 힘들어진다고 나와 있다. 전세자금으로 생계유지를 하는 사람도 꽤 많은데, 대출이 막히면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실수요자들을 살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에서 강력한 대출규제는 갭투자를 막는데 효과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현금을 가지고 갭투자를 하는 집주인에 대해선 무용지물이다. 실수요자를 포함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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